[기사] 에 대한 뒤늦은 시비걸기

비정상적인 개독들의 모습..

[기사] <다빈치 코드>에 대한 뒤늦은 시비걸기

꽹과리 0 5,301 2006.06.03 13:10
 

<다빈치 코드>에 대한 뒤늦은 시비걸기

[오마이뉴스 2006.06.03 10:31:53]

 

[오마이뉴스 노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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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빈치 코드> 포스터.
ⓒ2006 콜롬비아 픽쳐스

사실 원작 소설을 읽지는 않았다. 유학을 와서 남의 나라 말로 된 교재를 읽기에도 벅차다보니 남의 나라 말로 쓰여진 소설책을 읽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게 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들을 보아왔던 경험으로 볼 때, 원작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나중에 보면 대체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설을 읽었던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영화에서 소설과 같은 것을 기대하다보니 영화에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를 즐길 때에는 이야기를 언어로 즐기는 것과 시청각 이미지로 즐기는 것이 좀 다른 경험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는 동안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가 계속 생각났다. 이중 <장미의 이름>은 장 자크 아노가 연출하고 숀 코넬리, 크리스챤 슬레이터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 세 작품은 결국 중세 기독교적 유럽문화를 가지고 작가의 상상력을 곁들여 만들어낸 창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는 움베르토 에코 자신이 중세철학의 전문가이어서 그런지 소설을 읽는 동안 중세 유럽의 문명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나열해놓아 그 지식을 엿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그런데 결국 영화화된 <장미의 이름>은 그런 지식습득과 중세 교리논쟁을 엿보는 즐거움은 반감되고, 숀 코넬리가 분한 윌리엄 드 바스커빌이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극이 되어버린다.

영화 <다빈치 코드>도 결국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동기를 둘러싼 비밀을 캐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되어버린다. 앞서 말했듯이 원작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르네상스 회화와 서양 기독교 문명, 그리고 서구사회에서 횡행하는(?) 일종의 음모론이 나열되어 그것을 알게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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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콜롬비아 픽쳐스

할리우드의 미스터리 영화들을 자주 보다보면 미스터리의 자체적인 추리 논리에 따라 범인이나 주요인물을 찾기보다는 외려 장르영화의 관습에 따라 범인이나 주요인물이 누구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여주인공으로 오드리 토투와 같은 유명 스타를 썼을 때, 그 캐릭터가 뭔가 비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드라마 외적인 이유로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아울러 영화 속의 반전도 이렇게 어떤 스타를 썼느냐를 감안하면 역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던 영화는 데이빗 핀처가 감독한 <세븐>(1995)이다. 이야기의 골자는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 이슬람 세력에게서 예루살렘을 탈환하려 했던 십자군의 일부가 우연히 예수의 혈통을 발견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성당기사단을 조직했는데, 예술의 혈통이 살아있으면 기존 교회의 권위가 흔들릴 것을 근심한 교회가 오푸스 데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예수의 혈통을 찾아내 없애려한다는 것이다.

예수의 혈통이 존속한다는 것은 케빈 스미스 감독의 코미디 영화 <도그마>(1999)에서도 이용되는 설정인 점을 염두에 두면 원작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서구권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유통되어온 일종의 야사류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영화 <다빈치 코드>는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아더왕' 전설에 나오는 성배의 전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회화를 덧붙여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비속어로 여성을 '냄비'라는 식기에 비유하듯이 성배가 사실은 성스러운 혈통을 간직한 여성의 자궁을 비유한 것이라는 해석이 비교적 독창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풀리지 않는 궁금한 점이 있는데, 하필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모든 비밀이 담겨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성배가 있는 지점을 담은 지도를 담은 일종의 성궤를 만들었는가'하는 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성당 기사단의 관계가 영화 속에서 제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나 '모나리자'상이 암호를 담고 있는 주요한 텍스트로 제시되지만 다빈치와의 관계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아직 영화화되지는 않았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보면 임마누엘 칸트가 프리 메이슨의 일원이었다고 언급함으로써 칸트의 저작이 마치 프리 메이슨과 관련된 중대한 비밀을 간직한 텍스트일지도 모른다는 그럴 듯한 가정을 끌어내는 것과 비교될 만하다. 역시 같은 저자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창작노트인 <나는 '장미의 이름'을 이렇게 썼다>를 읽어보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을 이루는 시공간적 배경에 대해 언급한 저자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성배, 예수의 혈통, 성당 기사단의 관계에 대해 더 할애했어야 더 극이 그럴 듯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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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콜롬비아 픽쳐스

여기까지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며, 지금부터는 이 영화를 가능하게 한 상상력에 대해 시비를 걸어보고자 한다. 어차피 영화가 서구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각종 기호를 '암호풀이'하는 식으로, '재배치'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우리도 영화 속의 모티브들을 하나하나 해체함으로써 이 영화에 드러나는 서구주의를 하나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십자군이 예수의 혈통을 발견하고 성당기사단을 발족했다고 설정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십자군을 정의의 사도로 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둘째,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 프랑스, 스위스, 영국인 점과 관련된 비밀조직이 카톨릭 교회의 오푸스 데이라는 것을 보면 동유럽의 그리스 정교회, 개신교적 전통이 이 인식의 중심에서 배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수의 혈통이 살아있다면 그에 대해 정교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으리라고 볼 수 있는데, 오푸스 데이에 비견될 만한 정교회의 비밀결사 조직은 등장하지 않는다.

셋째, 어쩔 수 없이 서구에서도, 특히 앵글로 색슨적인 입장이 드러난다. 결국 모든 사건의 실마리는 영국의 한 카톨릭 교회에서 풀리는 설정이 그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기자동래설과 같은 상당수의 전설들이 중국의 누가 한국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는 설로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그리스도교의 주요 인물인 마리아 막달레나가 결국은 영국에 도래했다고 쓰고 있다.

넷째, 이건 정말 시비인데, 사실 예수의 혈통이 이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그 혈통이 유럽에 살아있다고 볼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예수가 죽고 십자군이 이스라엘에 도달할 때까지 거의 1000년 이상이 걸렸는데 그 동안 예수의 혈통이 반드시 이스라엘에 있었으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따지고 보면 그 후손이 계속 유태교도나 기독교도가 되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 후손이 이슬람으로 개종해서 아랍 지역에 살았을 수도 있고, 동방박사 세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출생의 비밀을 캐려고 동쪽으로 갔을 수도 있고, 로마가 이스라엘을 정복할 때 붙잡혀서 노예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역시 상상력이라는 것이 아무리 풍부해도 상상력의 주체가 속한 문화의 범위 내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노광우 기자는 뉴욕대학에서 영화이론과 영화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부터 뉴욕한국영화제일 도왔습니다. 현재는 서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글은 <시네21>에 있는 블로그인 '사과애'에도 실리고, 필자의 사이월드 미니홈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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