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기사 - 보관자료] 죄 안되는 폭력은 없다, 교회도!

비정상적인 개독들의 모습..

[과거기사 - 보관자료] 죄 안되는 폭력은 없다, 교회도!

(ㅡ.ㅡ) 0 2,100 2005.06.06 02:11
 

[ 성역깨기 ] 2000년09월20일 제326호 한겨레21

[성역깨기] 죄 안되는 폭력은 없다, 교회도!

목회자 권위 악용한 교회 내 성폭력 위험수위… 팔짱끼고 있는 교단부터 깨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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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아무개목사가 강제추행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 행당동의 ㅊ교회)


“임OO입니다. 권사님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서울 행당동 ㅊ교회에 다니던 김성희(가명·52) 권사는 지난해 10월 초 휴대폰에 녹음된 음성을 듣고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회장인 임아무개(67) 목사였다. 더 충격적인 일은 며칠 뒤에 벌어졌다.

철야기도 중 덮친 검은 그림자

10월12일 새벽 김씨는 철야기도를 마치고 새벽예배를 기다리다 의자에 기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딸아이 수능시험을 위해 철야기도를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잠결에 누군가 얼굴과 가슴을 만지는 듯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당회장 임 목사가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성전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며 손을 뿌리치자 목사는 “괜찮어, 죄 안 돼”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김씨는 이층 화장실에서 목사의 손이 닿은 얼굴을 뿌득뿌득 씻고 나오다 다시 한번 까무라칠 듯이 놀랐다. 어두컴컴한 화장실 문 앞에 누가 서 있었던 것이다. 시커먼 그림자는 화장실 문과 직각으로 붙어 있는 식당 문으로 다짜고짜 김씨를 밀어붙이더니 옷을 벗기려 했다. 그뒤로 10여분간 밀고당기는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시커먼 그림자는 당회장인 임 목사였다.

당장 교회를 그만 나가고 싶었지만 수능시험을 앞두고 저녁마다 교회에 들러 기도하는 딸아이가 혹여 동요할까 싶어 참았다. 11월 말 딸의 시험이 끝난 뒤 김씨는 교회의 두 장로에게 새벽 예배당에서 벌어진 일을 고백했다. 그동안 따로 만나자고 해서는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일과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긴 일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다음날 두 장로는 임 목사와 마주했다. “김OO 권사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일이 모두 사실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임 목사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휴대폰에 녹음된 음성을 들었습니다”라고 했더니 순간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임 목사는 한참 뒤 모든 것을 시인했다. 그리고는 두 장로에게 교회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목회자의 성폭력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임 목사는 현재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성폭력에는 교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해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 등 각종 상담창구에는 목회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반기 상담사례 중 성직자에 의한 성폭행은 15건에 달한다.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여성상담소에는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총 14건의 성폭력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그 중 9건이 목사에 의한 성폭력이다. 왜곡된 신앙의 덫에 갇혀 이중, 삼중으로 가슴앓이를 하던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사회의 성폭력을 추방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할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성폭력이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볼 때, 신앙을 매개로 절대적인 위계관계를 형성하는 성직자와 신도 사이에 벌어진 성폭력은 일반사회의 경우보다 더욱 위험한 범죄일 수 있다.

지속적이고 피해자도 다수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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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야기도 도중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할뻔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김성희(가명)씨 )


9월8일 행당동의 한 커피숍에서 피해자 김씨를 만났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에 마른 체구였다. 김씨는 이 사건을 법적으로 끌고갈 생각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임 목사가 반성한 뒤 교회를 떠나면 모든 걸 용서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목사가 다음날부터 돌연 태도를 바꿨어요. 성관계를 안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거예요. 심지어 제가 먼저 꼬리를 쳤다며 저를 부정한 여자로 몰고 갔습니다. 제가 장로님 두분과 짜고 목사를 음해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자기를 변명하기 위해 선량한 사람을 짓밟고 하나님을 욕보이는 걸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임 목사의 주장은 김씨의 이야기와 정반대였다. 9월13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교회와 붙어 있는 사택에서 임 목사를 만났다. 임 목사는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리고 쫓아다닌 쪽은 자신이 아니라 고소인 김씨라고 말했다. 휴대폰 녹음 역시 김씨의 간청으로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 김씨쪽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던 김아무개 장로는 “간음을 죄악시 하는 목회자라면 설령 여신도가 접근했다 해도 따끔하게 나무라거나 피하는 게 마땅하다. 자신을 노골적으로 유혹했다는 여신도의 휴대폰에 그런 메시지까지 남긴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목사는 “에로스가 아닌 아가페적인 뜻”으로 음성을 남겼다고 답했다.

두명의 장로는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신도들과 함께 교회를 떠났다. 임 목사의 성파문으로 믿음공동체 하나가 완전히 해체돼버린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접수된 상담사례를 토대로 볼 때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피해 기간이 지속적이며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상담소는 피해 기간이 20년 가까이 지속된 경우도 있고, 한 목사에게 당한 피해자가 40여명에 이른 일도 있다고 보고한다. 상담소 최영애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교회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일반 사회의 피해자들에 비해 신앙적 혼란까지 겪게 되므로 정신적 후유증이 더욱 크고 교회 안의 파벌싸움에 악용되면서 피해자로서의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많다. 특히 하나님 다음으로 믿고 따르던 목사에게 당했을 경우 상처는 더욱 크다.

대전 ㅇ교회에 다녔던 강현순(가명·31) 집사는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지난 6월 경찰서를 찾아가 교회의 담임목사를 강간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중이다.

9월15일 오전 대전시 오류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남편 박진철(가명·35)씨를 만났다. 박씨는 “여리고 순하기만 한 집사람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울먹였다. 아내 얼굴에 그늘이 진 걸 궁금하게 여겨오던 박씨는 지난 2월 어느 날 작심하고 따져물었다. 한참 주저하던 아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교회내 파벌 문제로 오해 받기도

지난해 10월 신방을 핑게로 집을 찾은 ㅇ교회 담임목사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올 2월까지 집에서 4차례, 교외에서 1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는 게 아내의 고백이었다. 박씨는 체구가 작은 아내는 덩치가 두배는 되는 목사에게 반항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는 그뒤로 막무가내로 집에 찾아와 벨을 누르고 이름을 외치며 만나달라고 했다. 이웃사람이 알까 두려워 아내는 문을 열어줘야 했다는 것이다. “왜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아내는 ‘무서웠다. 가정의 평화가 깨질까 두려웠다’고 해요. 아내를 지켜주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목사를 더욱 용서할 수 없어요. 그런 파렴치범이 교단에서 설교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격분한 박씨는 곧바로 고소하려 했지만, 교회의 수석장로가 “밖으로 알려지면 좋을 것 하나도 없다, 교회 안에서 처리하겠다”고 만류해 참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석장로는 교회 안에서 해결하기는커녕 “이런 일이 생기면 다 이렇게 처리한다”며 합의금을 주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 참다 못한 부부가 여성단체의 문을 두드렸고, 법적인 절차를 밟기에 이른 것이다. 그사이 아내 강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박씨와 헤어진 뒤 ㅇ교회를 찾아갔다. 목사는 없었다. 교회 관계자들은 목사와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신 박아무개 부목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부목사는 “목사님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하시고, 우리가 볼 때도 그럴 분이 아니다. 장로님과 권사님 등 교회 항존직들이 모여 투표도 했다. 목사를 믿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회 안팎에서 피해자 강씨는 신앙심이 깊고 행실이 조신한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들 부부는 신도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받고 있었다. 교회 안팎에서는 목사를 비롯한 신진세력과 원로목사를 중심으로 한 구세력의 갈등이 이번 성파문을 부추겼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교회 내 파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역시 앞서 서울 ㅊ교회의 사례처럼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가 없다. 9월14일 대전지검에서 열린 대질신문에서도 양쪽이 팽팽하게 맞섰다. 피해자가 제시한 유일한 증거는 일명 ‘해바라기 수술’이라 불리기도 변형수술을 받은 목사의 성기 모양을 기억한다는 것. 그러나 목사쪽은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는데다 성기 모양 역시 누군가가 본 것을 전해 듣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날 대질신문 도중 당사자인 강씨는 몹시 심정이 격해졌다고 한다. 평소 조용하고 온순하던 강씨가 소리치는 걸 밖에서 듣고 남편과 교회 관계자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강씨는 9월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상이 싫고 교회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울분을 참는 듯 낮은 음성으로 또박또박 말을 끊어서 했다. “교회도 법도 믿지 못하겠어요. 저는 착하게 남을 용서하면서 살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었죠. 이제는 내가 너무나 어리석었다는 걸 알아요. 내 손으로라도 복수하겠어요. …용서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분노의 하나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겁니다.”

소송을 가로막는 겹겹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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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는 오는 11월 말 공청회를 통해 교회 내 성폭력을 위한 교회법 개정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강씨 부부를 상담했던 대전 YWCA 성폭력상담소 진숙 상담원은 “강씨가 우울증과 분노를 넘나드는 등 성폭행 피해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고 본다. 한국사회 통념에 비쳐볼 때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아닌가. 정상적인 가정의 주부가 하나님 다음으로 믿고 따랐던 목사를 고소한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김씨의 사건은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중이고, 강씨의 사건은 검찰의 기소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두 경우는 어찌보면 예외적이다. 목회자에 의해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법적 소송으로 가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여성상담소 홍보연(36) 상담부장은 “교회내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소송에 나서다가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몇년 전 한 교회의 성가대 여성대원들이 목사를 집단으로 고소한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 하나둘씩 소를 취하하고 말았다. 성폭력 문제가 교회내 파벌싸움으로 비화되는 통에 유형, 무형의 시달림을 받다가 지쳐서 그만 둔 것으로 홍 부장은 분석했다.

이렇듯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법적 절차를 밟고자 마음을 먹어도 겹겹으로 가로막힌 벽에 부딪히게 된다. 교회의 문제를 하나님의 법이 아닌 세상의 법에 기대는 건 성경 말씀에 어긋난다는 주변의 비난이 가장 큰 벽이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목사를 비방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한다. 그 다음의 벽은 피해자가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다, 사탄마귀가 들었다, 다른 목적이 있어 목사를 음해한다는 식의 마녀사냥을 당하는 경우다. 이러한 마녀사냥은 종종 교회 내의 권력다툼에 악용되기도 한다. 또다른 벽은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증거를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성경을 인용하거나 목사의 신앙적 권위를 이용해 자행되는 성폭력의 경우는 일반의 시각에 비쳐볼 때 ‘강간’이 아니라 ‘화간’의 형식을 띠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기독교여성상담소를 두드린 일부 피해자들은 목사가 접근해 올 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는 것으로 미혹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성직자부터 ‘침묵의 카르텔’을 깨라

무엇보다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교회와 교단에 알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상담소에 접수된 사례 중 교단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서울 ㅊ교회의 김씨 역시 지난 일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가장 괴로웠던 일은 “교단에서 팔짱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있는 목회자 중 누구하나 진상을 규명하고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사처리위원회의 책임 목회자마저 “그만큼 했으면 이제 그만 용서해주라”는 말을 전해왔다고 한다.

한국여성신학자협의회는 ‘ㅊ교회 임 목사 사건’을 계기로 교회법 개정운동에 나설 참이다. 말로만 무성하던 목회자의 여신도 성폭력 사건이 하나둘 공개되며 법정공방으로 치닫고 있지만 교계의 각성은 전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성신학자들과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교회와 교단에서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까닭은 교회법 안에 성폭력에 관한 처벌 규정이나 조항이 없는 탓이라고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위험 수위를 넘어선 교회 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성직자, 교직자들이 ‘침묵의 카르텔’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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