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기독교 정당'인가?

비정상적인 개독들의 모습..

누구를 위한 '기독교 정당'인가?

꽹과리 0 2,121 2004.02.11 21:10
            [오마이뉴스 이봉렬 기자]
sadragon_151214_1[180601].jpg
▲ 2003년 3월 1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국가를 합창(한미우호 세레모니)하고 있다.
ⓒ 3.1사진공동취재단
본론에 앞서 먼저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예수를 믿으며, 교회에서는 집사 직분을 갖고 있는 제가 지난 한 해 동안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교인으로서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나가면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교회에 나가기를 꺼려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3·1절에 시청 앞 광장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목사와 신도들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 접한 때부터였습니다. 교회는 신앙 공동체이며, 예수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곳입니다. 전 성조기를 흔드는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다니던 교회가 그 집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속해 있는 교단이 그 행사에 적극적인 교단이었습니다. 게다가 담임 목사님이 그 집회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는 바람에 더 이상 교회에 다니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것입니다.

교인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개척교회이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라는 이유로 계속 다니기에는 목사님과 저의 가치관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제가 믿는 예수와 그 분이 믿는 예수가 혹시 다른 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면서까지 그 교회에 계속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 다른 교회라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때마다 터지는 목회자들과 관련한 추문 때문에 쉽게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 돈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은 김홍도 목사의 일과 그를 구하겠다고 나선 '한국기독교 교회수호대책위원회'의 집회 모습은 제가 기독교인임을 숨기고 싶도록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한국교회의 원로목사라는 분들이 지난 해 10월 국익을 위해 이라크에 추가로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내놓는 것을 보고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까지 회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가 저와 예수 사이를 갈라놓지는 못했습니다. 교회에는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성경을 찾아 읽고, 기도를 하며,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행위에도 불구하고, 제가 믿는 예수는 2000년 전 식민지 백성을 해방시키신 분이며, 오늘날 우리를 자유인으로 살게 하시는 분이니까요.

그러던 중 아직 신앙이 뭔지 잘 모르는 제 아이들에게 교회에서의 체계적인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교회에 다시 나가기로 결정을 했고, 지난 주부터 다른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적인 성경 해석이나 회개와 축복을 강조하는 예배 분위기는 그 전 교회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담임 목사님이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 군인들을 전장으로 내몰자는 주장’에는 적극 반대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머지는 제가 맞춰 가며 다니기로 했습니다.

지난 6일 보수교단의 목회자들이 ‘기독교 정신을 통한 한국정치의 변화와 전환을 추구’하는 기독교 정당을 만들기 위해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정치에까지 손을 뻗치는 목회자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여 발기인 명단을 하나 하나 확인해 보았습니다.

국가보안법 유지와 이라크 파병을 주장하는 기독교계 보수교단 한기총의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와 3·1절 구국기도회를 통해 보수우익을 자처한 조용기, 신현균, 이만신 목사, 그리고 김홍도 목사의 구속을 ‘기독교에 대한 탄압’으로 몰고 간 '한국기독교 교회수호대책위원회’의 지덕, 최병두, 홍순우 목사 등 대부분 낯익은 이름들입니다.

sadragon_151214_1[180600].jpg 00.gif
▲ 한기총 주최의 평화기도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대형 성조기를 들고 서 있다.
ⓒ2003 권우성
제가 근 1년 동안 교회에 나가지 않은 원인을 제공했던 바로 그 분들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저는 북한의 위협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고 미국과의 우호 관계에 맹목적으로 목을 매는 그들에게서 미국 부시 대통령의 그림자를 발견합니다.

잘 알려진 바대로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 근본주의자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새벽 기도에 참석하며, 주 1회 백악관 전체 기도회를 주관한다고 합니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으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건한 사람입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역시 미국 ‘기독교 연합’ 소속의 기독교 근본주의자입니다.

하지만 우린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삼아 성전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그들에게서 예수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석유 자원 확보와 세계 패권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호전적 인물들로 기억할 뿐이지요. 그들이 기독교를 들먹일수록 사람들은 기독교로부터 멀어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유신독재 시절이나 전두환 군사 독재시절에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교회의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민주화 이후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전쟁을 부추기고, 교인 수를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 하는 모습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중 어느 누구에게도 곱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전 보수교단의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급조해 만든 정당의 성공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진정 이 땅의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볼 수가 없을 뿐더러,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독교 정당의 후보를 찍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참 제자와 예수를 팔아 먹는 장사치를 구별하지 못할 만큼 판단력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제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총선기간 동안 방송이나 신문 지상에 소개되는 그들의 행위로 인해 지난해 제가 그랬던 것처럼 교회에 나가기를 꺼리게 되는 기독교인이 생기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자유와 해방을 외쳤는데 목회자들이 반공과 숭미를 외치고, 예수는 나눔과 섬김을 가르쳤는데 목회자들이 권력과 이권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수의 참 모습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까 봐 그게 두려운 것입니다.

기독교정당을 만들어 ‘시장경제’를 지켜내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겠다는 그들 곁에 예수께서 부디 함께 하시길……, 아멘.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이봉렬 기자는 "두 딸아이를 둔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이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고.

- ⓒ 2004 오마이뉴스, -

Author

Lv.15 한님  최고관리자
25,050 (81.2%)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60 명
  • 오늘 방문자 4,523 명
  • 어제 방문자 4,940 명
  • 최대 방문자 5,411 명
  • 전체 방문자 1,540,762 명
  • 전체 게시물 14,417 개
  • 전체 댓글수 38,042 개
  • 전체 회원수 1,66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