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칼 세이건과 기도

[펌] 칼 세이건과 기도

가로수 0 4,881 2007.06.04 19:33

1997 통권.272 1997. 4. 2 [뉴스위크]

Unbeliever's Quest

신의 존재를 끝까지 부인한 한 과학자의 죽음

제리 에이들러(JERRY ADLER) 기자


미 천문학자 칼 새건은 병으로 죽어가면서도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믿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작가인 칼 새건이 병으로 숨져갈 때 많은 사람이 그를 위해 기도했다.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뉴욕시 세인트 존 교회에서는 2년 동안 그의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하나님(하나님이 존재한다면)은 어쨌거나 작년 말 새건이 향년 62세에 부인과 다섯 자녀 및 미완의 일을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지구에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게 내버려뒀다. 그러나 새건 본인은 품위있게 생을 마감했다. 거의 모든 인간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굴복하고야 마는, 믿음에 대한 유혹을 끝내 뿌리쳤다.

대우주의 기원 및 인간의 의식과 발전의 연구에서 태양계는 너무 비좁다고 생각했던 천문학자 새건이 하늘나라에 흥미를 못 느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생전의 마지막 10년 동안 종교 지도자들과 다방면에 걸친 대화를 나눴다. 혹시 정답이라도 밝혀지는 날에는 목사나 우주철학자 중 어느 한 쪽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만한 문제가 그들의 화두였다. 즉 하나님의 존재 여부를 논했던 것이다.

새건의 공식 입장은 증거가 없는 한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이지만 그 대화에서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의 대화상대는 주로 주류에 속한 진보적 개신교 성직자들이었다. 당시 세인트 존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제임스 파크스 모턴과 미 교회협의회 사무총장인 조앤 브라운 캠벨(여자) 목사 등이었다. 새건은 기독교 구호단체 "월드 비전"의 로버트 사이플 같은 좀더 보수성향의 신자들과도 의견을 나눴다. 새건은 과학의 기적이 사방에 명백하게 널려 있는 판에 교육받은 성인이 죽은 지 2천 년이 넘는 사람들의 입증되지도 않은 증언을 기초로 한 믿음에 집착한다는 데 큰 흥미를 느꼈다.

"당신같이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을 믿는가"고 그는 한때 캠벨에게 물었다. 캠벨은 실제 두 눈으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블랙홀의 존재는 어렵지 않게 믿는 새건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에 놀랐다. "당신같이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을 믿지 않는가"라고 그녀는 반문했다.

20년 전 바이킹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했을 때 새건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일부 동료들이 혹시 사이비 아닌가 여길 정도로까지 다른 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집착했다. 화성 착륙선이 찾아낸 것이 겨우 암석에 불과하자 그는 그 증거를 받아들였다.

새건은 신자들도 반대증거가 나오면 기꺼이 신앙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주로 `악마가 출몰하는 세계'(The Demon-Haunted World, 95년)라는 저서를 통해 그런 사상을 펼쳤다. 그 책에서 외계인에 의한 납치설 등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문화의 미신적 황당무계로부터 과학을 옹호했다. 그는 매우 신중한 자세로 대다수 종교가 내세우는 증거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직 `증거'가 있어야만 믿는다는 새건의 고집 때문에 그와 서신을 주고받던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내 어느 날 캠벨이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사랑을 믿는가." 아내를 몹시 사랑하던 새건이 당연하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이어 "사랑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처음에 그는 `당연하다'고 하더니 결국 사랑은 신앙과 마찬가지로 그 한가운데에 입증하지 못할 무엇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직화된 종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새건은 애원조의 기도를 특히 경멸했다. 그런 기도는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미 전지전능하고 자애로운 하나님이라는 속성을 모순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하나님에게 굳이 누가 아프다는 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느냐, 아니면 하나님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를 위해 간청하지 않으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냐고 새건은 물었다. 물론 많은 신자가 그런 질문과 씨름해 왔다. 모턴 목사는 95년 겨울 새건이 백혈병과 관련된 골수형성부전 진단을 받자 그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기도가 효험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모턴은 말했다. 만일 하나님이 성경에 나오듯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기적을 일으켜 새건을 치료했다면 환자 못지않게 모턴의 놀라움도 컸을 것이다. 보수 성향의 사이플은 좀더 직접적인 기도의 효험을 인정한다. 골수이식 수술을 받기 직전 새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내용을 잘 알고 기도할 수 있도록 컨디션이 어떤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새건은 마침내 세 차례의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고 작년 여름께는 차도가 있는 듯했다. 곧이어 새건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폐렴에 걸렸다. 친구들은 더 열심히 기도를 올렸지만 새건의 불가지론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임종 순간의 귀의는 없었다. 하나님에의 호소도, 내세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또 20년 동안 서로 떨어질 수 없었던 우리 부부가 영영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가장하지도 않았다"고 그의 아내는 말했다. 혹시 그가 신앙을 갖고 싶어한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남편은 믿음을 갖고자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알고자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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