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캡춰한 글 중에서- staire님의 답변이 있어서 올립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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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캡춰한 글 중에서- staire님의 답변이 있어서 올립니다.1

가로수 1 3,794 2005.12.03 14:53

스테어님의 명복을 빌며, 님의 글을 다시 음미해 봅니다.
스테어님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회원님들께서는 칼럼모음에서 스테어님의 칼럼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1월05일(금) 21시54분11초 KST
제 목(Title): 호머심슨님의 성경의 오류 - 가이사의 것..

> 성경에 오류는 없습니다. 오류는 그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자에게만 보일 
> 뿐입니다.

동감입니다. 성경에 오류가 없다는 `콩껍질'을 쓰고 있는 한 오류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딴 얘기나 좀 해볼까요. 저는 성경에 오류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보다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예수의 발언, 호머심슨님께서 인용하신 그 구절에 더 흥미가 있습니다.

도대체 그 말은 세금을 내라는 것인가요? 아니면 내지 말라는 얘긴가요? 기독교회측의 설명은 예수의 발언만큼이나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오픈 성경'의 주석을 참조하면 이렇더군요.

"황제의 형상이 새겨진 동전은 황제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은 (창세기 1:27) 하나님의 것이다. 따라서 황제에게는 그가 만든 동전만 돌려주면 되지만 하나님께는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을 드려야 하는 것이다. (마가 12:30)"

어찌됐든 황제에게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군요. 예수의 발언이 고작 이런 의미라면 질문한 바리새인들 또한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을 리 없지요. 어째서 그들은 예수의 대답에 대해 `심히 기이하게' 여겼을까요?

먼저 이러한 질문의 배경을 살펴봅시다. 예수 당시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직접 바친 것은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입니다. 이 지역의 통치자인 아켈라오스는 AD 6년에 일찌감치 실각하여 유대와 사마리아는 로마의 직할구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가 살던 갈릴리는 다릅니다. 예수 당시까지 아켈라오스의 동생인 안티파스가 징세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이곳 주민들을 쥐어짜던 인두세는 안티파스에게 내는 것보다 신전세가 더 큰 부담이었습니다. 게다가 신전세보다도 더 큰 부담은 신전에 대한 갖가지 헌납물이었지요. 십일조 등 사소한(?) 것들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신전에 대한 조세 부담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구약서의 율법대로 거두었다면 하층민들은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였지요. (따라서 이 당시 이미 세세한 율법은 사문화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결론적으로, 예수가 활동하던 갈릴리 지방에서는 로마 제국에 내는 세금보다도 신전세에 대해 민중들의 적개심이 집중되었습니다. 황제에게 내는 세금? 그것은 호머심슨님 말씀대로 교리 문제의 올가미에 불과했지요.

이 이론에는 한 가지 반론이 있습니다(사족이지만). 예수보다 약 반세기 전에 활동한 `갈릴리의 유다'가 "하느님 이외의, 죽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을 지배자로 받아들여 로마에 세금을 내는 것은 치욕이다"라고 외치며 반로마 봉기를 일으켰다는 점을 들어 갈릴리의 정서도 유대나 사마리아와 같이 로마에 대한 징세 저항을 강하게 시도했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갈릴리의' 유다라는 명칭은 유다가 갈릴리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나자렛' 예수, `이스가리웃'의 유다라는 식으로 출신지를 붙여 칭하는 이름은 그런 의미를 가집니다. 갈릴리의 유다가 갈릴리에서 활동했다면 `갈릴리의' 유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신약학의 기초에 속하는 것이며 저의 글에서 이러한 자질구레한 점까지 밝혀 쓰는 일은 드뭅니다만 연전에 이런 식의 짜증스러운 반론에 시달린 기억이 있어 여기에 굳이 밝힙니다. 허술한 `역사 지식'을 대충 짜맞추어 빈약한 반론을 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다시 본래의 줄거리로 돌아와서 - 예수 당시의 갈릴리 민중들을 괴롭히던 것은 로마가 아니라 신전의 착취였습니다. 그런데 이 한가한 바리새인은 로마에 대한 세금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당연히 예수는 심사가 뒤틀립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세금을 내는 데에 쓰는 동전을 가져와 보시오."

누군가가 로마의 데나리온 화폐를 가져왔겠지요. 거기에는 황제 티베리우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것은 이방인의 `우상'이 새겨져 있으므로 신전에는 바칠 수 없습니다. 신전에 내려면 신전 경내에서 환전상에게 비싼 수수료를 뜯기며 옛날 화폐로 바꾸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로마 황제의 것이 아닌가? 황제의 것이라면 황제에게나 바치시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서 긁어가고 있으니 말이야..." (마가 12:13 - 12:17)

예수의 통렬한 야유에는 가시가 돋쳐 있습니다. 섣불리 질문한 자는 착취자의 입장으로 굴러떨어져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합니다.

통탄할 일은 이 통쾌한 예수의 야유를 교회 측에서는 2000년간이나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정도의 의미로 탈색시키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기고 일체의 반체제 운동에는 가담하지 말라는 비열한 발언으로 폄하하고 있는 거죠. 착취의 선두에 서서 권력자의 개 노릇을 한 기독교 교회사의 뿌리는 이처럼 깊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는 반로마 운동을 현세적이라 하여 백안시하며 먼 피안에만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민중신학이 그리는 예수상이 예수의 총체적 아이덴티티를 덮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장면에서는 민중 신학적인 해석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피맺힌 예수의 외침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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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Nosferatu 2005.12.03 16:19
이야~~ 스테어님 칼럼을 대충 훑어보긴 했어도 자세히는 잘 안 봤었는데
이건 그야말로 명작이네요.. 스테어님 칼럼을 처음부터 좀
자세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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