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51장을 쓰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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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51장을 쓰는 밤에

가로수 0 4,618 2007.09.21 14:06
 제목 :   창세기 51장을 쓰는 밤에,
  글쓴이 : 이정문 (211.202.24.192)     날짜 : 07-09-21 13:16     조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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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성직자들이, 너무 많은 경전들이, 불바퀴를 달아놓은 듯한 너무 많은 혓바닥들이 거리를 횡횡한다. 그래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몸은 늘 내 몸이 아니다. 집에 들어서며 소스라치듯이 뻣뻣해진 몸을 후르르 터니, 그 껍데기들, 마구 걸어주던 그 치장물들이, 귓속에 가득 담겼던 혓바닥들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다. 언젠가 십자가에게 이별을 고하며 교회에서 발을 돌렸던 때도 꼭 이런 느낌이었다. 말씀은 듣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인데, 그러나 오늘도 거리에 넘치는 저 수많은 말씀들은 사뭇 전위예술과 같다.
 
앙드레 킴이라는 유명한 디자이너의 얼굴과 옷차림을 보면 오늘날의 종교가 떠오른다. 여성을 닮은 그의 목소리는 더욱 기괴하기에 나는 그가 중성(中性)이 아닐까 하여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앙드레 킴은 칠십 고령이라고 한다. 이미 늙어버린 할아버지지만 화장한 그의 얼굴과 과장된 옷차림으로는 나이를 추정하기도 힘들고, 심지어는 그의 본래 얼굴이 어떤지도 알 수가 없다. 만약 내가 목욕탕 안에서 앙드레 킴과 마주쳤다면 과연 유명한 그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책상 구석에는 오랫동안 펴보지 않은 성경책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성경의 한 자 한 휙이라도 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이는 신에게로 가는 지침서일 뿐이다. 방향만 제시했을 뿐이지 성경 자체가 신이 아닌 것이다. 예수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성경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앙드레 킴의 과장된 복장과 화장한 얼굴이 여기에도 들어있지 않을까, 신약성서는 예수의 사후에 사람의 손으로 쓰여 진 것이다. 물론 예수의 손으로 쓰여 졌다 해도 눈으로 꼭 봐야 고개를 끄덕이는 의심 많은 내가 전적으로 믿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문제는 성경이 아니라, 그 성경을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시키는 사람들의 말씀들이다. 정확하게 성직자들의 혓바닥들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자기 말이 다 옳다고,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자기의 말을 안 들으면 지옥에라도 간다고, 그래서...... 나는 오십이 넘게 살아오면서 그들에게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괜히 잘못했다고 빌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저 내 믿음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고, 그랬다가, 그랬다가, 너무도 이상하면 몇 마디 묻기도 했지만, 다 나의 무지와 독실하지 않은 신앙심 탓일지니, 당당한 그들의 어깨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들이지 않는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믿으라고 자꾸 말할수록 믿지 못하는 마음만 생기니 말이다. 누구는 서로 손가락질 하여 다 자기가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이라며 막말도 한다. 성직자끼리 하나님을 앞에 내걸고 내 하나님이 진짜라고 자꾸 그런다. 아, 서울하늘 아래의 저 수많은 십자가들이 서로 내가 진짜 십자가라고? 이쪽으로 오지 않고 길 건너편의 저쪽으로 가면 지옥에 뛰어드는 짓이라고 꾸짖는다. 그래서 횡단보도 중간에서 우물우물 대다가 서로 잡아당기는 옷자락이 찢겨나가고, 머리털도 뽑혀나가고, 그러다가 어느덧 알몸이 되었는가, 앙드레 킴이 만신창이 된 몸을 그대로 드러냈는가,
 
우울한 언덕 아래다. 예수는 아직도 마지막 숨을 떨구지 못해 헉헉대며 피를 흘리고 있는데, 새벽하늘을 향하여 신이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엘리 엘리 라마 사박타니, 라고 외치는 중인데 말이다. 너무도 처절한 그 모습을 차마 바라보지 못해 성경은 거꾸로 거슬러 올라 솔로몬왕과 다윗왕을 지나고 모세를 지나 어느덧 에덴동산에 도달했다. 이번에는 앙드레 킴의 옷을 내가 직접 벗기고 얼굴의 화장을 지운 후에, 욕조에 그를 몇 번 집어넣었다 빼야겠다. 벌거벗은 나를 거울에 비쳐본다. 늘 하나님은 나를 향해 외치고 있다.
 
바로 네가 네 길을 찾아야 하느니라. 모든 말씀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곧 너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일지니,

제50장으로 끝난 창세기를 이어서 51장을 쓰는 밤, 예수님이시여, 피를 그만 흘리소서.
 
창세기51장 
 
1. 바람은 기댈 곳 없어야 불어 가느니라. 너무 많은 말씀들이, 너무 많은 우상들이, 길 잡는 강둑을 넘어 달려오고 달려가니,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의 역사란 늘 지배와 복종의 탑을 가운데 두었도다. 이는 바람을 잡아가두려는 노력이라서 기껏해야 죽은 바람만 끌어안지 않겠느냐, 왕은 묘지기고 백성은 무덤이며 선지자는 발길에 채인 해골이라서 지혜가 사라진지 오래니라.
 
2. 바벨에 강림한 이후 너희들의 머리에 달과 별을 박고 발에 바람의 바퀴를 달았도다. 사방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음껏 다니기를 원했지만 여전히 네모난 모습으로 꼼짝도 하지 않으니 이는 긍휼히 여기는 여호와의 마음을 배신한 것이라서 먹지 말라던 과실을 따먹은 죄보다도 더욱 클 것이라, 새벽마다 이슬을 채찍 삼아 독촉하나니, 생명을 움직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지 않았겠느냐,
 
3.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너희들을 가두기 위해 말하지 않았고 못 미더워하지도 않았도다. 어미의 뱃속에서부터 미리 머릿속에 빛을 준비해 두었으니 말씀 중의 말씀은 머리껍데기가 벗겨져나가는 고통을 통하여 올 것이요, 오로지 상심으로 고개 숙인 묵상에 있나니, 이는 네 머리가 커지고 오뚝해 짐을 경계함이라, 너희들끼리 주고받을 말씀은 애초에 없기에 각자 다 내 길로 통하게 하였음이라.
 
4. 바벨에서 너희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서로 통교하지 못하게 했으며 온 지면에 흩어뜨렸으니 뼈에 새겨두어라. 이는 각자를 가까이에 두어 내 말씀에만 귀 기울이게 함이고, 각자의 길을 따로 준비해 두어 스스로 찾아오게 하였음이라. 내가 진즉 바벨에서 왕을 폐하고 무덤을 파서 너희들을 일으키지 않았겠느냐,
 
5. 무릇 너희들 중에서 내 이름으로 팔을 쳐드는 자를 조심하라. 이들은 장사치들과 다름이 없으니 어지러운 말로 네 머릿속에 준비해둔 나의 빛을 가리는 자들이니라. 다시 바벨에서 탑을 세우려는 자니라, 나의 말씀은 겉보기에는 쉽고 짧기도 하겠으나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이루가 어렵고 길이 머니, 쉽다고 나의 말씀을 팔아먹는 자들을 늘 경계하여, 스스로 움직이라고 생명을 바람으로 불어넣지 않았겠느냐,
 
6.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너희들의 입으로 구원과 천당과 지옥을 말하지 말라. 이는 내 침실을 범하는 무엄한 일이고 마치 너희들이 내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같으니, 에덴동산을 너희들이 만들지 않았고 태초의 조상을 그곳에서 쫓아내지도 않았도다. 씨를 뿌린 자가 거둘지니 너희들의 직분이란 오로지 자라는 일이라서, 그럴만한 권한을 가진 자가 세상에는 아무도 없느니라.
 
(이정문, 소설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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