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자와 마주이야기하다(2)



나의 기독교 경험담

<여호와의 증인> 전도자와 마주이야기하다(2)

어메나라 0 1,440 2004.05.08 12:30

내가 천국의 ‘죽을 자유’에 대하여 언급하자, 스킨남자는 잠시 아연한 표정으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마치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미신의 참거짓을 확인해보자는 듯이. 10초 정도 그러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걱정도 근심도 없는 천국 같은 곳에서 죽을 자유란 말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이치입니까?”


“그렇다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들은 걱정과 근심 때문에 거기에 눌려서 자살한단 말이군요. 그렇다면 북유럽 사람들의 자살 유행은 설명하기가 좀 곤란하지 않나요? 그들은 한갓 권태 때문에-”


“그 권태가 바로 삶의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무기력 상태란 말입니다. 그 상태가 장기화하면 나중에 중증 환자들은 술이나 마약 같은 것도 지겨워져서 오로지 죽음만을 생각하게 되지요. 만약 그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았더라면 또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한번만이라 유심하게 읽어 보았더라면 죽으려고 용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점에는 동감합니다. 인생살이 한 판을 권태라는, 아무리 잘 쳐주어도 일개 감정에 지나지 않는 것 때문에 삶을 죽음과 바꿔치기 한다는 것은 어째 수지타산이 잘 맞지 않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면, 역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그 느낌 때문에 하나님의 존재를 가정하고 무조건 거기에 의존하라고 강요하는 태도는 뭐랄까요, 지극히 세속적인 잇속을 고려한 거래행위로 보이는 데요. 둘 다 감정에 치여 헐수할수없이 덥썩 손아귀에 쥔 것이라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까도 내가 말했듯이 행복이란 주관적인 것입니다. 예컨대 여기 이 책방에 매일 오는 사람들 중에서 행복하다고 할 만한 얼굴 표정을 짓고 책이나 만화를 고르는 사람을 본 적은 없습니다.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요즘은 아이들 얼굴도 애늙은이와 다를 바 없어, 도대체 머릿속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이 터칠 정도입니다. 누구나 찌푸린 얼굴로 들어와서 자기를 재밌게 해 줄 만한 책을 찾아서 이 책꽂이에서 저 책꽂이로 주춤주춤 옮겨다닙니다. 오로지 널널하게 펼쳐 있는 막막한 시간을 가볍게 보낼 재미를 찾아서 이쪽저쪽 눈짓을 까닥입니다. 만약에 재미가 컴퓨터의 프로그램처럼 우리 몸 속에 장착된 것이라고 하면, 여기 오는 손님들의 심리적 사태를 더 또렷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를 찾고 있을까요? 대체 왜 재미를 찾아야 할까요? 방금 그쪽에서 말한 것처럼 권태롭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시간을 좀더 가치있게 보내고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 있으면 반드시 무가치할까요. 내가 보기엔 권태롭다는 느낌 또한 그저 마음의 버릇에 지나지 않을 적이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는 데 만성적으로 싫증이 나서, 이 책방에 와서 나한테 재미 있는 책을 골라달라고 부탁합니다. 난 그저 잘 나가는 환타지 소설이나 공수도니 뭐니 하며 싸워 제끼는 일본 만화들을 아무런 생각없이 권해 줍니다. 속으로는 그냥 집에 가서 자면 더 좋을 텐데 그러면서 말입니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사람들은 무언지 움직이며 활동하여 일테면 독서를 통해 뭔가를 섭취할 때를 살아 있고, 가치 있는 상태라고 일방향으로 정해 버린 버릇들이 아주 고착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만 성취될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이 보편적입니다. 행복은 남들이 누리는 것들을 함께 누려야 한다고 자신에게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서글픈 현실입니다. 내가 당신의 말을 듣고 설득당해 여호와를 내 맘의 주인으로 받아들여서 행복하게 사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삶의 목적이 꼭 행복만은 아니잖습니까?”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도 같습니다. 모든 문제가 자기 마음 하기 나름이다, 이런 식으로 들리는데요.”


“아닙니다. 그 문제는 나중에 거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얘기하면 얘기가 제자리에서 맴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이 널판을 창조한 절대지존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믿을 필요가 있느냐 하는 밑뿌리스런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아마도 여호와의 증인은 논리적으로 그 창조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설자리에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만약 믿음이 아니라 슬기를 발동하여 창조론을 믿지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되면 여호와의 증인의 봉사자란 신분을 털칠 수도 있게 되겠군요. 안 그런가요?”


“수 천 가지의 증거가 성경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하나님이 아니라 그 책을 믿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 책만 하나님의 존재를 증거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나는 여호와의 증인이 지난 세기에 세 번인가 공중재림의 날인가 말세일을 지정했다가 틀려서 곤욕을 치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날짜는 그 성경책을 토대로 산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책은 그냥 아무 말 없이 존재하는 데 성급한 그쪽 신도들이 잘못 해석하여 그런 엉터리 날짜를 주장하여 망신살 뻗친 거라면 성경책 해석의 신빙성 여부가 자연 문제로 떠오르지 않나요? 또한 내가 알기론 지금 성경책도 에이디 313년인가 밀라논가 무슨 공의회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선별 묶여져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그 회의에서 이단 취급을 당한 그노시스파의 경전들은 죄다 누락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성경의 밝혀진 역사성이 엄연하고, 또 당신들의 성경 해석에는 문제가 있음이 그 허방 짚은 말세일로 증명된 지금 대체 무슨 근거로 그 성경책을 신주단주 모시듯이 떠받들 수 있습니까? 구약은 이스라엘민족의 역사책이요, 신약은 기독교의 초기 발달사에 불과합니다. 왜 남의 나라 역사서에 절대적 가치를 줍니까”


“아니 말세일이라니요? 무슨 소립니까? 어디에서 본 자료입니까? 내가 알기론 정통와치타워에서 말세일을 지정한 적은 없습니다.”


“고 탁명환씨가 터 닦아놓은 책에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더 재밌는 건 만약에 그노시스파 경전이 훗날 성경책에 묶이게 되면 지금의 삼위일체론이나 예정론 같은 것은 불가피하게 수정될 게 뻔한데, 어떻게 지금의 성경책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할 수 있냐 하는 말입니다. 그때는 성경책에서 얘기하는 진리도 수정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의 성경책이 유일의 진리를 담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습니까? 잠정적이며 역사적으로 유효한 것이 또 어떻게 보편타탕한 진리로 둔갑하여 나타날 수 있습니까? 안 그런가요? 그러니 성경책이 유일무이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는 것은 개인 역량이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지옥불에 떨어진다거나 사탄의 아들이라고 하는 참으로 듣기 거북하게스리 이상스레 사람들을 협박하는 교리 같지도 않은 교리가 폐지되는 않고서는 아까 말세일을 허방 짚은 자들의 출현은 앞으로도 막을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 애먼 순진한 신도들만 피해를 입겠지요.

 

겉으로는 진리를 얘기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은 고착한 진리로 가득찬 채 또 무슨 진리를 얘기할 수 있을까요? 성경책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이 있는데, 그 진리는 누구나 자기의 신념체계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타마 싯달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한 말이든, 설령 내가 한 말일지언정 네 양식에 위배된다고 생각될 때는 믿지 말아라’”


이때 단골책가게손님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와서 이쯤해서 우리 얘기허리는 끊어졌다.  소녀들의 재잘거림이 가득찬 책방을 바삐 빠져나가면서 스킨남자가 말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 틀린 말세일에 관한 자료가 있으면 좀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지요, 안녕히 가세요. 올제는 자판기 커피를 대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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