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싼년스런 교회 첨탑을 보며



나의 기독교 경험담

얼싼년스런 교회 첨탑을 보며

어메나라 6 1,847 2004.04.07 15:26
노량진 언덕 위로 가면 뾰족탑이 하늘의 똥꼬를 향하여 작렬하게 똥침을 날리는 커다란 교회가 있다.  이름하여 <연세중앙교회>.

내 누이는 장근 7년여에 걸쳐서 제발 한 번만 영감 넘치는 이 교회에 나가자고 나가자고 사정을 해댔다. 세뇌된 누이의 맛이 간 눈을 골똘히 쳐다보면서 그래 뭔 잡놈의 교회냐 가 보자, 하고 줄레줄레 누나 꽁지 좇아 그 언덕길을 헤벌레하며 올라갔다.

날도 흐리지 않은데 그 교회 위로는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휘드리워져 있었다. 우울함과 암담함의 기세가 교회 첨탐 위로 솟구쳐 올라 절망스런 기운으로 오돌똘 뭉쳐서 떠돌고 있었다. 평소 '영감'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글지이는 또 머리가 아파왔다. 몇년 전부터 기독교스런 것과 접하게 되면 생기게 되는 두통이 머리에서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 두통은 기독교인들 특유의 악취를 동반하는데, 이런 일을 최초로 겪음할 때 나는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단순 '환취' 현상인 줄 알았는데, 대표적인 기독교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전기를 읽는 중에 투르게네프가 이 '죄와 벌'의 작가를 가리키며 '더러운 기독교인'이라고 비난한 대목을 접하고 나서, 내가 겪는 두통이 단순한 환취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감잡았다.

아무튼 세뇌 코스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찬양과 죄의식 색출을 위한 내면 공세
-기도와 통성기도와 다시 기도

그리곤 설교 시간이 왔다. '하나님을 배경 삼아라'란 제목의 설교.

두통이 점점 심해진다. 오늘이 교회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마지막 날이다. 이제는 교회에 와서 잡신과 놀지 말아야지.

그래도 약속한 시간을 채우느라, 구역질을 참아가면서 설교를 들었다. 그동안 하나님을 배경 삼으라는 말만 수백 번 넘게 들은 것 같다. 그 말은 할렐루야나 아멘이나 임마누엘처럼 관습적인 상투어가 되어 아무런 힘도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하나님을 배경 삼으라
하나님을 배경 삼으라
하나님을 배경 삼으라
하나님을 배경 삼으라…

설교가 끝난 뒤 통성기도 시간이 왔다. 내 누이는 옆에서 앙가슴 앞으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날' 위해 '내 죌' 위해 '내 미랠' 위해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이었다.

만약 기도를 해서 바라는 바를 제꺽제꺽 이룰 수 있다면 내 모든 피가 땀이 되도록 기도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아니야. 추하다!!

기도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면서 누이의 기도 소리는 올라가고 흐느낌은 심해진다. 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내 주위에서 눈물과 고함의 통성기도를 하고 있는 여자들, 남자들, 애들과 불구자들을 본다.

기도 시간이 끝난 뒤 바로 헌금 시간이다. 거친 울부짖음을 유도해 준 교회에 감사하는 헌금 시간이 왔다. 누나는 아낌없이 돈을 바친다. 아 추악하구나, 인간의 이기심이여, 인간의 나르시시즘이여! 이것인가?  고작 종교란 이런 것인가? 배설하는 칙깐, 감정의 똥창이구나!

헌금을 내고 날 돌아보는 누나의 눈길이 곱다. 스트레쓰를 해소하고 난 뒤에 번주레하게 감도는 빨간빛이 얼굴에 잡혀 있다. 복숭아빛 같다. 죄를 씻어냈다고 믿는 자의 안심이 누이를 감싸고 있다.

교회에서 나와 얼싼년스런 교회 첨탑을 바라보며, 누나에게 물었다.

'누난 왜 살아?'

'하나님을 위해서 살지'

'하나님을 이용하는 건 아니구'

'무슨 소리니 그게 건방지게?'

'그게 아니라면 이게 뭐야? 이 야릿한 냄새와 이 두통은 뭐냐구? 이 더러움과 취향의 타락은 뭐냐구? 이게 뭐냐구?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울부짖으며 재랄병 환자처럼 뭐하는 짓이냐구? 왜 나한테는 전혀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누나는 나한테 강요하는 거야? 왜 누나의 취향을 나한테 떠다미는 거야? 무슨 까닭으로 이 미친 짓에 날 끌어들이는 거야? 설사 누나 말대로 이래서 구원을 받는다고 쳐. 실컷 누나 혼자 받으셔! 적당히 미치셔! 제발 교회에서 나오셔! 대낮에도 악몽을 부러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확인했어. 이 교회 목사 티브이에도 출현하지. 거기서 공중파로 매주 똥 한바가지씩 시청자들에게 날라들이잖아. 안 그래? 오직 가진 것은 믿음 밖에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그 현실을 직시하라구. 좀 추잡스럽게 살지 마라!' 

그 뒤부터 이태 동안 누나를 만나지 못했다^^

Comments

최용길 2004.04.09 12:14
만약 누군가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강요한다면? 바로 님의 입장이 이런 입장이 아닐까요?
허리베기 2004.04.07 21:53
너무극단적인거 같군요..조금만..이성을 가지신다면..한번웃고지나갈것을..님..힘내세요..그리고..어여 개독교를 타파해서..이성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목사킬러 2004.04.07 18:50
글이 정말 짜임새 있고 보기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누이의 개독병이 빨리 나으시길...
wayne 2004.04.07 16:00
하하하하하..무슨 소설책 보는줄 알았슴돠....글 잘 쓰시네요....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누님이 한동안 충격먹었겠네요...ㅋㅋㅋ
무적풍화륜 2004.04.25 15:38
하하..회원가입을 못 해서 여태 '나의 경험담'에 못 들어오는 바람에  이 글을 못 읽었었다니...정말 후회됩니다.
김훈철 2004.04.25 00:33
대단하신 분이군요.
학생때 읽었던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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