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탄이었다



나의 기독교 경험담

나는 사탄이었다

서동요 5 2,058 2004.01.23 10:19

 나는 사탄이었다.
게 시 일 : 2001/11/10 08:26:32          

시골에서 올라온 나는 실력에 맞춰 지원하다 보니 감리교 계통의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성경시간이란 게 있어 배웠으나 공감할 수 없었다. 나와 성이 같고 꼭 부처님같이 생긴 교목님이 매번 성경시험문제의 1번 답을 "하나님" 이라 쓰도록 출제했다.

나는 전교에서 유일하게 1번 문제를 항상 틀리는 학생이었다. 두세 번을 틀리자 선생님이 교목실로 부르셨다. 한시간 동안 야단도 맞고 항변을 했으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나는 이 학교가 성경이란 것을 정규수업에서 가르치는지 모르고 입학했다. 나는 학생이고 배우러 왔지 믿으러 온 것은 아니다. 그게 좋은 것이면 강요하지 않아도 믿을게 아니냐"
생불처럼 수려한 용모와 천상의 음성을 가진 그분은 성격만은 무척 단호하셔서 내 고집을 꺾으려고 무던히 애쓰셨으나 다행히 곧 다른 학교의 교장님으로 가셨다.

 만만해 보이는지 나는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종교를 가지라는 권유를 오랜 동안 집요하게 받았다. 그러나 나는 일찌감치 마음을 비워둔 터여서 나를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갈등을 빚었다. 좋은 친구 몇을 잃은 것이 무엇보다 애석하다.

 나는 점차 범신론적 종교관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나갔다.
사람들이 섬기는 모든 신들을 인정해준다.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무언가에 의지해야 한다. 만일 고무신을 극진히 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신도 기꺼이 축복해 준다. 물론 그 아류인 운동화를 섬기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비록 신은 아니지만 순수한 마음이라면 인정한다.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 어떤 잡것에서도 행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가 있다면 인간의 복리와 평화를 위하는 합리적 성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신론에도 모든 신을 구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낙관적인 태도와, 인위적인 노력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태도가 있을 수 있는데 나는 일단 그 모두를 수용한다.
나아가 이상주의적 세계관을 내포하는 관념론까지 일부 섞어서 받아들이지만 결코 어느 한 종교를 신봉하거나 더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도 하나의 종교인 주제에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아 물의를 빚는 배타적이거나 호전적인 종교에 대해서만은 별로 호의를 갖지 않고 약간의 차별을 하여 하등종교로 분류한다.

 그런데 누구를 자신의 종교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그 순수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포교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하지 않겠는가. 초기단계에서는 완곡하게 사양을 한다. "그 교회 혹은 사찰에 다니는 모든 신도들을 착하게 사는 순서대로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면 나는 그 상위에 들것이다. 그러니 내가 굳이 거기를 다닐 필요가 있겠느냐고." 눈치 빠른 사람은 그쯤에서 아쉬움을 접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때를 만난 듯이 그럴수록 다녀야 된다며 더욱 집요하게 매달린다.

 내게 포교하려는 사람들과 다투다가 정말 좋은 친구와 등을 돌리기도 하였고 여러 번 사탄으로 몰렸다. 한번은 후배 여학생이었는데 나를 좋아했다.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설득을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피곤한 논쟁을 끝내려고 작정을 하고는 성균관대 잔디밭에 앉아 종교관에 대해 길게 얘기하였다. 조목조목 따지고 들자 이 여학생이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나를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를 몇 차례 외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손목을 오그라뜨리며 눈에 흰자위만 보이고 입에 거품을 물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무어라 말할 듯 입을 움찔거리며 비틀거렸어야 했는데 진실하게만 살기로 작정한 내가 웃기는 그런 주문에 유치한 연기를 할 수는 없었다. 아마 그 후배가 다닌 교회에서는 그러한 경우에 그 주문을 외면 어떤 신성한 힘에 의하여 사탄이 물러간다고 가르친 모양이었다. 그 순진이는 그 말을 믿고 나를 구원하기 위해 그런 무례한 언행을 하였던 모양이다.

 여러 해 후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옆의 젊은 남자가 반듯하게 앉아서 금박이 된 책을 공손히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한 포교"하게 생겼기에 내심 염려를 하였다.
의외로 너댓 시간 동안 금박 책만 들여다보던 그가 이윽고 말을 걸어왔다. 선교관계로 미국의 교회에 몇 달 가 있다가 오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몇 마디의 수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직은 너댓 시간을 더 가야 하므로 나도 참지 않고 대꾸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자가 한참을 얘기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를 외치는 것이었다. 그래 이놈아 어디 사탄한테 한번 혼 좀 나봐라 하며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었지만 그 사탄이란 소리도 몇 차례 들으니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아서 여유가 있었다. 그것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병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여러 사람 괴롭히게 생겼구먼 쯧쯧, 저능한 인간 같으니라구 난 사탄보다는 사탕에 가까운 달콤한 사람이야!" 라고 쏘아 주었다.

 이런 무례한 자들은 일단 상대를 무시하여 반발을 산다. 상대가 자기 정도도 종교에 관한 소신조차 없을 거라고 지레 판단하고는 설득해 보려고 실례를 의식하지 않고 무모하게 시도한다. 혹은 그따위 너절한 종교선전에 이골이 났음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판단력도 없이 꽉 막힌 자들이 무슨 종교를 입에 담고 세상을 나다닌다는 말인가.

 종교란 인간들이 필요에 의하여 고안해낸 하나의 심리적 장치이며 문화형태이거늘 그것을 지나치게 신성시하려는 종교업자들의 과대포장에 의하여 변질되었다. 원시종교의 틀을 벗으면서부터는 위정자들이 통치수단으로 본질을 왜곡하였다. 대개의 경우 주체인 사람보다 중요시하며 저급한 종교일수록 국가보다도 더 우월시 하려는 무리수로 역효과를 얻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는 종교의 이름을 뒤집어쓰고서 심심치않게 전쟁을 일으키기조차 하는 최악의 역기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세 이후 종교적 배경이 없는 전쟁이 드물 정도로 세상과 인간의 심성을 망쳐온 가장 굵은 뿌리가 바로 열등하고 비뚤어진 종교이다.    

종교의 틀에 자신을 구겨 넣지 않으면 불안한 자들이 그러한 약한 모습의 인간을 연민하지 않고 인정해 주는 상대조차 똑같이 구겨서 같은 틀에 넣고 싶어한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나는 종교에 관해 보다 성숙하고 유연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가장 성공적인 종교가 어쩌면 가장 야비하고 들차게 포교를 했을 수 있다. 그 세력의 어떤 힘에 편승하고자 하고 은연중에 그것을 즐기는 나약한 한편으로는 비겁한 심리가 점차 상승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훌륭한 신앙생활을 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집단적 이익을 대변해야할 대목에서는 갑자기 야수처럼 돌변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는 것도 그러한 예일 것이다.

 그런 종교관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사 입은 싸구려 옷(종교)이 제일 멋있다고 스스로 자기 암시를 통한 최면을 걸고, 혹시 그것과 비슷한 옷(종교)을 입은 사람을 보면 경멸하고 그 보다 나은 옷(종교)을 입은 사람에게는 이유 없는 적대감을 보이며 그 보다 못한 옷(종교)을 입은 상대에게는 우월감을 갖고 만족하는 지극히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며 사는 저급한 부류들일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외래 종교에 너무 쉽게 반응하여 무리를 이루고는 끝없는 변종을 생산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인 민족이다. 미국에서도 도시에는 교회 나가는 인구가 급감하였는데 유독 한국교회만 너무도 번창하고 극성을 떨어 세계 여러 나라 종교 혹은 사회학자들의 주요 연구과제거리로 언급되고 있다. 나는 우리에게 전쟁과 극심한 배고픔이 없었고 예수가 백인이 아니며 입술이 두툼하고 피부가 가무잡잡하다는 사실이 진작에 알려졌더라면, 교세가 지금의 1/10정도나 일본처럼 1/100 정도 밖에 안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real_jesus.jpg

나는 국내에도 종교에 관한 세계에 유래 없는 여러 거대 세력이 형성되어 있으나 그들은 다만 이기적인 영리단체일 뿐 사회적으로 유익한 집단이라는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음을 심히 우려하는 사람이다. 불교든 기독교든 국내에 들어와서 기복신앙의 배타성으로 무장하고 쉽게 변질되는 것을 보며 수치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수요자의 구미와 심리에 적당히 얼버무리며 맞춰주는 종교업자들의 비뚤어진 경쟁심과 변질된 상술에도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신앙과 종교는 반드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무언가 절대적인 것에 귀의하여 선행을 하고 평안을 얻으려 하는 순수한 마음의 신앙심은 종종 간교한 종교업자의 입발림에 휘둘려서 방향을 잃는다. 우스꽝스런 행위를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하게 하고 결국은 개인과 사회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평생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교나 사회단체에 희사하는 사람은 신문에 날 정도로 희귀하다. 그러나 각종 종교단체는 수시로 전 재산을 들어 바치는 한심이들로 폭발적 발전과 부를 누리고 있으며 무인가 불법단체들을 포함한 엄청난 종교 교육기관들은 매년 쇄도하는 교직 (교주)희망자들로 문전성시의 호황을 누리며 악순환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나는 카톨릭성당이 또래들 중에는 비교적 보수적이며 온건한 성향을 지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치의 극을 달한 바티칸의 대성당과 세상 보물을 다 끌어다 놓은 불가사리들의 보금자리같은 박물관을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중세이전에 구축한 힘과 부를 바탕으로 세상의 값진 보화는 다 긁어모아 자기네 예배당을 호화롭게 짓고 사치한 박물관을 꾸미는데 써야할 만큼 마음이 허하고 내세울 것 없으며 욕심 많고 허영에 찬 사람들의 집단이었다. 지금도 각국의 영업망에서 과실 송금되는 재화를 바탕으로 그들의 영광과 권력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보석이나 사치품 외에는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무지한 계층들과 별로 다름없는 작태이다.

나는 그들이 낡고 조촐한 본당에서 소박하게 진정한 신앙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존경심을 보였을 것이다. 만일 긁어모은 재화의 대다수를 자신의 비대함을 유지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가식의 치장에 쓰고 극히 일부를 생색용으로 빈민을 위해 쓰는 척하는 위선적 종교 집단이라면 박멸해야 할 기생충과 별반 다름없다. 일견 가장 점잖아 보이는 집단조차 그러하다면 억척간이 긁어 모아 나쁘다고 소문이 나는 집단은 그 속사정이 어떠할까.     

우리의 정치가 오랜동안 질척거리는 것과 우리의 종교가 더 오랜 동안 헛돈 것은 그 원인의 축이 동일선상에 있다. 모두의 더욱 치밀한 분석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이 요구된다.

 


 

Comments

산들바람 2005.02.02 17:07
정말 멋지신 글 입니다..퍼갑니다.
이경성 2004.05.06 14:46
솔직히 지금 종교는 너무 많이 부패했습니다. 개신교가 그 더러움의 7/10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쫌쫌씩...
하야시 2004.02.06 14:54
헉..님이 사탄이면..난예수다~~~~~~~~맨날 목사가..나만보면..허리꺽어지게 인사하구..지날하지요..교회 한번안나가면..아주 지랄지랄..해요..왜??
봉투가 하나 줄잔어요..ㅋㅋㅋ하여간..난 예수다..아니면..나두 사탄이다...
-_- 2004.01.26 02:58
근디 주소가 잘못된것 아닌가? 기독교 뿐만 아니라 불교, 천주교도 다 꼬집고 있구만.. 안티 기독교니 기독교 관련된 내용만 있어야지..하여간 한국에 복받는다는 것과 결합해 버리면.. 전세계 어디도 없는 무시무시한 종교가 탄생되니.. 한국이 특이한 나라야 아님 종교가 특이한거야?
노류장화 2004.01.25 14:19
좋은 글이네요. 공감, 또 공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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