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방언 하나 못 받구!"



나의 기독교 경험담

"그까짓 방언 하나 못 받구!"

날새 0 1,619 2003.10.03 22:50
어느 신자의 집에서 구역예배가 있던 날이었다.
집들이 겸 열린 그 날의 구역예배라 음식도 많이 장만하고 잔치 분위기였다.
한 20명이 넓은 거실에 둥글게 둘러 앉았다.
이 날은 구역장, 수구역장 외에 전도사까지 왔다.

교회 발행의 조그만 신문지를 교재로 공부를 하고 나서 통성기도 시간이 시작되기 직전.
"여러분. 아직까지 방언은사를 못 받으신 분 계시면 오늘 꼭 방언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여기 지금 전기 스위치가 있죠? 마치 전기가 집집마다 들어와 있고, 스위치를 켜면 불이 켜지듯이 그와 같습니다, 여러분,
성령은 지구 곳곳, 집집마다, 바로 여러분 몸 주위에 늘 들어와 있어요.
단지 스위치만 켜 주면 그 순간 성령을 느끼고 방언은사가 내리는 것입니다."
전도사는 벽의 스위치를 껐다켰다 하면서 역동적인 설명을 해나갔다.
"여러분, 예전에 제가 알던 분들 중에
아무리 기도를 해도 방언은사가 내려지지 않아서 고생하던 분들이 계셔서 제가 모두 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소나무 한 그루씩을 붙들라고 하고, 그까짓 방언은사 하나 못 받고 말이야..라고 독려하며
있는 기운 대로 소리 지르며 눈을 감고 기도하도록 시켰더니
그날 모두 방어은사를 받았답니다. 오늘은 여기 계신 분 모두 방언은사를 받으셔야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통성기도가 시작됐는데,
그날은 여느 때와는 달리
둘러앉은 사람들끼리 손을 잡으라고 했다. 손에 손 잡고...하는 통성기도.
어물쩍하는 새에 벌써 사람들은 망상 속으로 들어가고
더러운 귀신이 씌인 듯한 추잡한 목소리가 춤추며 게걸스런 통성기도가 시작됐다.
내 양옆의 사람들이 귀신씨나락 까는 소릴 열렬히 해대는 통에
그들 손바닥에서 열이나 땀이 흥건해졌는데, 손을 뺄 수도 없고 ..
내 손을 더욱더 강하게 붙들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데.
양쪽으로 그 뜨거운 손들에 꽉 잡힌 채로..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그저 있었다.

다들 개구리 토하는 소릴 하고들 앉아 땀을 뻘뻘 흘리는데,
단 한 사람 머뭇머뭇 수줍어 하고 있었으니 눈에 띌 밖에.....
전도사와 우리 구역 구역장이 둘이 눈짓을 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방언은사를 오늘 꼭 받으셔야 합니다. 바로 곁에 전기처럼 들어와 있는 성령, 그 스위치만 올리면 성공합니다."
하면서 한 손은 내 머리에 얹고, 다른 한 손은 내 등을 감쌌고 이상한 방언인지를 해댔다.
똘마니 구역장은 뒤에 앉아 내 어깨에 머릴 들이박고 줄곧 울면서 기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그들의 괴상한 말씨를 앞뒤로 감싸져 듣고 있자니
몇 분이 지나니까 몽롱~해지면서 앞이 뿌얘졌다.
어, 이게 성령이 내리는 건가 보다. 그 당시 새파란 나이의 철딱서니 없던 나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다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듯 정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어어..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탈출을 시도했다.
거기로 빨려들면 다시는 못 나올 것 같은 순간적 판단이 생기면서
용감하게 눈을 크게 떠버리고 정신을 추스렸던 것이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곧장 맨정신으로 되돌아왔고..
"저..안 되는데요?" 하고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해버렸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실망하던 그 모습,
또한 그들의 '첫 실패작'인 나를 보던 그 눈초리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니까 어떤 사실이 저절로 내게 느껴져 왔다.
그 전도사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방언은 여호와의 감동으로 임하는 게 아니고, 단지
사람을 부추겨 최면상태로 들여보내면 저절로 입으로 게걸스럽게 지저귀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언을 일단 체험한 미욱한 사람들은
그것을 여호와와의 직접적 감응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때를 시작점으로 해서
교회의 사슬에 스스로 영원토록 자신들을 붙들어맨다는 것을.

*위의 이야기는 '실화'이며 오늘도 아마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옭아매고 노예로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잘도 빠져들어가더군요. 꼭 무식한 사람들만 거기에 속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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